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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카가 바라카를 만났을 때 – 무슬림도 연애합니다, 다만 방식이 다를 뿐

by 365koran 2025. 4. 15.

 

https://www.khan.co.kr/article/201602141507291

 

‘사우디에서의 데이트 도전’ 베를린영화제 간 독립영화

공공장소에서 남녀가 따로 앉아야 하고 신체 접촉도 금지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청춘남녀는 어떻게 데이트를 할까. ‘사우디에서의 데이트 도전기’를 그린 영화가 지난 11일 개막된 베를린

www.khan.co.kr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남녀가 데이트를 한다.
이 말만으로도 이 영화 <바라카가 바라카를 만났을 때(Barakah Meets Barakah)>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들은 공원에서 조심스럽게 대화하고, SNS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눈다.
공공장소에서는 너무 가까이 앉을 수도, 함께 웃을 수도 없다.


우리에겐 익숙한 ‘로맨틱한 일상’이 그들에겐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서
진심을 전달해야 하는 치밀한 모험처럼 느껴진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 ‘바라카’는 평범한 시청 공무원이고,
여자 주인공 ‘바라카’는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이름이 같다는 점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
두 사람의 ‘다름’ 속에 있는 ‘닮음’을 암시하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이 점점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가고,
사회의 제약과 시선을 넘어서 진짜 ‘관계’에 도달하려 애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슬림 사회에서도 '사랑'은 존재하며,
다만 그 표현 방식이 우리가 아는 사랑과는 다르다는 점이었다.

 


카페에서 손을 잡는 일, 영화관에서 함께 웃는 일,
데이트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일이 사소한 일상이 아닌,
큰 결심과 책임이 필요한 행동으로 다가오는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을 키우는 이들의 진심은
오히려 더 진중하고, 깊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과정은
결코 충동적이거나 격정적이지 않다.
작고 절제된 몸짓, 조심스런 시선,
익숙한 공간 안에서 비껴 앉는 거리감.

 


그 모든 것들이 ‘낭만’이 아닌 ‘존중’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되려 뭉클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묻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자유롭게 사랑하고 있을까?
그 자유 속에서 정말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있을까?
자유가 많아질수록 관계는 더 편해지기도 하지만,
때론 쉽게 시작하고, 쉽게 놓아버리는 ‘얇은 연결’로 끝나기도 한다.
반면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더 무겁고 책임감 있게 다루고 있었다.

영화는 사회를 향한 은근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사랑이 금기시되는 사회’는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남녀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시선은,
사랑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를 억누르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카와 바라카는 포기하지 않는다.
사회가 허락한 틀 안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관계를 키워간다.
그것은 어느 누구보다 용기 있는 사랑이었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다름은 멀어짐이 아니다.


사랑에도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
누군가는 조용히 스쳐가듯 사랑하고,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며 사랑하며,
누군가는 사회적 금기를 뚫고 나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랑은 소중하다.
우리가 잊고 있던 ‘절제된 낭만’, ‘조심스런 다정함’을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