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은 왜 쓰는 거예요?”
“라면 먹으면 안 돼요?”
“그럼 연애도 못 해요?”
한국은 여전히 비교적 단일한 문화권이기에,
외국인—특히 무슬림과 같은 문화적·종교적 차이가 뚜렷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생기곤 합니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질문이 때로는 상대에게 불편함이나 외로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사실,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합니다.
그 질문의 의도가 나쁘지 않더라도, ‘너무 자주’, 혹은 ‘사적인 선을 넘어서’ 반복될 때 상대방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죠.
이번 글에서는 무슬림 유학생, 관광객,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자주 듣는 질문 5가지와
그에 대한 더 배려 있는 질문법을 함께 소개합니다.
1. “히잡은 왜 써요?”
→ ❗ 질문의 의도보다 ‘빈도’가 문제
히잡은 무슬림 여성에게 신앙적 실천이자 정체성의 일부입니다.
자율적으로 선택한 경우도 많고, 외모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 내면에 집중하겠다는 철학적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무슬림 여성은
“히잡은 왜 써요?”, “안 더워요?”, “벗으면 안 되나요?”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여러 번 듣습니다.
🙅♀️ 왜 불편할 수 있을까?
- 너무 자주 반복되기 때문 (마치 ‘특이한 존재’처럼 느껴짐)
- 내 신앙이나 선택이 심문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음
- 공공장소에서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을 경우 당황스럽기도
✅ 더 배려 있는 질문법
- “당신의 히잡, 정말 아름답네요. 혹시 의미를 들어봐도 괜찮을까요?”
- “저는 히잡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데,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존중 +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훨씬 부드럽게 대화가 열립니다.
2. “진짜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해요?”
→ 🙋♂️ ‘진짜?’라는 표현이 선을 넘을 수 있어요
하루 다섯 번 기도는 무슬림의 기본적인 종교 의무입니다.
이 기도는 단지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신과의 연결을 확인하는 명상적 실천이기도 하죠.
그러나 "진짜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 "시간마다 꼭 기도해야 해요?" 같은 질문은
신앙적 실천을 의심하거나 과장되었다고 여기는 듯한 뉘앙스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 왜 불편할 수 있을까?
- ‘진짜?’라는 표현은 그들의 신념을 검증하려는 뉘앙스로 느껴질 수 있음
- 반복적으로 설명해야 할 때 부담감이 큼
- 종교는 사적인 영역이라는 점을 놓칠 수 있음
✅ 더 배려 있는 질문법
- “기도는 언제, 어떤 식으로 드리는지 궁금했어요.”
- “혹시 수업 시간에 기도 시간이 겹칠 수도 있을까요? 제가 배려하고 싶어서요.”
→ 호기심이 배려로 연결되는 방식, 상대가 훨씬 편안하게 답할 수 있어요.
3. “라면, 김치찌개도 못 먹어요?”
→ 🍲 음식을 통한 문화 차이,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어요
한국에는 돼지고기, 알코올, 맛술이 들어간 음식이 많습니다.
무슬림은 할랄 기준에 따라 돼지고기, 알코올이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습니다.
“그럼 라면도 못 먹어?”, “한식은 다 안 되는 거야?”
이런 질문은 의도가 나쁘지 않아도, **'먹지 못하는 걸 강조하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 왜 불편할 수 있을까?
- “넌 이 문화에 못 어울리겠네”라는 암시처럼 느껴짐
- 반복되면 자꾸 자신의 정체성이 문제되는 느낌이 생김
✅ 더 배려 있는 질문법
- “혹시 드실 수 있는 한국 음식이 어떤 게 있을까요? 같이 먹고 싶어요.”
- “이거 할랄이에요? 라고 물어보면 실례일까요, 도움이 될까요?”
→ 함께하고 싶다는 메시지는 신뢰를 쌓는 열쇠가 됩니다.
4. “연애해요? 그럼 데이트도 안 돼요?”
→ ❤️ 사생활과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건드릴 수 있어요
무슬림은 결혼 전 순결, 데이트 금지 등의 기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마다 해석과 실천 정도는 다양합니다.
“그럼 연애 못 해요?”, “결혼 전에 손도 못 잡아요?”
이런 질문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종교 실천 사이의 선을 무례하게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왜 불편할 수 있을까?
- 너무 사적인 영역까지 파고드는 느낌
- 일반화하거나 고정관념을 투영하는 듯한 말투
- 무슬림 사이에서도 라이프스타일은 다양하다는 점 간과
✅ 더 배려 있는 질문법
- “문화 차이 때문에 연애나 친구 관계에서 고민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배려해드리고 싶어요.”
- “혹시 어떤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지시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조심할게요.”
5. “그럼 술 한 잔도 안 해요?”
→ 🍷 회식 문화에서 가장 자주, 가장 불편하게 듣는 말
무슬림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단지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삶 전체를 정결하게 유지하려는 철학적인 태도에서 비롯되죠.
하지만 한국의 회식, 모임 문화는 술 중심인 경우가 많아
“딱 한 잔만 해요~”, “무슬림도 가끔은 마시죠?”, “오늘만 예외!” 같은 말을 종종 듣습니다.
🙅♀️ 왜 불편할 수 있을까?
- ‘종교를 어기게 하려는 말’처럼 느껴질 수 있음
- 집단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쉬움
- 거절할 자유를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짐
✅ 더 배려 있는 질문법
- “회식 자리에서 불편하지 않으셨나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 “음료를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드시고 싶은 거 골라주세요.”
→ 강요 대신 선택권을 주는 언어, 그 자체가 존중입니다.
질문이 아니라, 대화가 되길
무슬림에게 무엇을 물어볼 수 있고, 무엇은 조심해야 할까요?
사실 중요한 건 **‘이 질문을 왜 하려고 하는가’**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든, 진심 어린 대화의 시작이든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그 어떤 질문도 불쾌함이 아닌 연결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 정중히 물어보기
- 선택권 주기
- 너무 자주 반복하지 않기
- 사적인 영역까지 강요하지 않기
이 네 가지만 기억해도,
우리의 질문은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다름은 낯설지만, 존중은 다름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그 질문이 ‘왜?’가 아니라, ‘알고 싶어요’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